환웅시대의 세계관
하늘에 대한 인식이라는 것은 제천 양식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문화와 역사, 세계관을 아울러 이해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 역사적 전통이 후대까지 지속되었습니다. 그러한 지속의 원류, 뿌리에 해당되는 세계관을 두 가지로 이야기한다면 하나는 사상적으로 홍익인간이념이고 또 하나는 종교문화적으로 천신신앙, 또는 제천문화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홍익인간과 제천문화는 서로 소통합니다. 인간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것과 하늘을 숭배하는 것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통합돼 있다 하는 점이 오늘 논지의 핵심입니다.
환웅시대는 정치적으로 말하면 천황시대이고, 국가적으로 말하면 신시고국(국호에 따르면)이고, 종교적으로 말하면 천신신앙시대이며, 사상적으로는 홍익인간이념을 추구하던 시대이고, 사회적으로 말하면 정착생활하는 공동체 시대, 그리고 문화적으로는 농경문화 중심의 재세이화 시대입니다. 따라서 천신신앙, 제천문화는 천손강림, 홍익인간 이념, 재세이화 등 환웅천황께서 다스린 360여사의 여러 가지 맥락을 함께 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주=천天=환桓=해(태양) 삼국유사의 표기에 의하면, 한자말 표기와 우리말 표기를 함께 해두었습니다. 환인+천제, 환웅+천황, 이렇게 해놨습니다. 환인이나 환웅은 우리말 표기죠. 환하다 또는 ‘밝다’라는 뜻이죠. 그러니까 한자 천(天)과 환(桓)은 서로 일치되는 개념입니다. 환한 것이 하늘이죠.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해입니다. 환하다는 것은 빛이 밝다는 뜻도 있고 전망이 무한대로 탁 틔어 있다는 공간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주는 환하다. 하늘이 곧 우주고, 우주의 중심 상징을 이룬 것이 해입니다. 이것이 오늘 제가 말하려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환桓에서 단檀으로 그런데 환인, 환 웅시대에 이어서 단군이 등장합니다. 이때부터는 환 자 계열에서 단 자 계열로 바뀝니다. 천제와 천황에서 왕검으로 바뀝니다. 세상의 왕이라는 것은 천의 개념 곧 해하고 좀 다르게 단 자로 나타냈습니다. 박달나무 단 자를 써서 밝을 단, 박달 임금,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가령 해의 밝음과 일반적인 빛의 밝음은 다릅니다. 해는 불덩어리잖아요. 볕이 있습니다. 해는 햇빛, 햇볕, 햇살, 이렇게 말하는데, 달은 밝지만 달볕이라는 말이 없어요. 그냥 달빛밖에 없어요. 우리가 불볕더위라 말할 때 불볕이 뜨거운 햇볕을 말합니다. 불(火)과 해(太陽)는 서로 통한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해는 하늘이고 달은 땅이 아닌가. 아사달, 양달, 윤달 이런 말 속의 달이란 땅, 흙덩어리죠. 해와 달리, 지상세계를 우리말 수준에서 구분해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늘=해→하나님=조물주 그런데 잘 아시는 것처럼, 해라는 것은 달하고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해는 볕에너지를 통해 모든 존재 자체를 있게 할뿐만 아니라 해가 없으면 달도 아무 소용 없어요. 있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존재는 해로부터 비롯되었고 모든 생명은 해로부터 태어나고 생육됩니다. 그러니까 해는 뭡니까? 하나님이자 조물주고 어떤 의미에서 창조주입니다.
그러니까 환웅천황은 해를 상징하며, 환웅천황이 이 땅에 내려와서 신시를 연 것은 하늘에서 해가 태백산 신단수 아래로 강림한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신시는 무엇인가? 당연히 나라이름이죠. 왕이 있으면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으면 왕이 있는 법인데, 환웅을 천황이라고 했는데 나라가 없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