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불의 고리’ 일본에 이어 에콰도르에서도 강진
지난 4월 14일 밤 9시 26분경 일본 구마모토 현熊本縣에서 진도 6.5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악의 지진이었다. 최초의 강진 이래 진도 1 이상의 여진이 470회 넘게 구마모토 현과 그 주변을 덮쳤다. 첫
지진으로 약해진 산과 집과 도로에 여진으로 추가 충격이 오고, 그 위에 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기울어가던 집이 마저 무너졌다.
지진 피해자는 18일 오전 0시 현재 사망 42명, 부상 2,000여 명이다. 또 단수斷水와 단전斷電으로 19만 명 이상이 피난
길에 올랐다. 일본 국토지리원은 이번 지진의 파괴력이 1995년 오사카, 고베 지역을 덮친 한신 대지진의 1.4배였다고 분석했다.
이번 지진으로 이 지역 지각이 최대 97㎝ 남서쪽으로 움직였다고 한다. 피해자 숫자로만 따지자면 이번 지진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나 1995년 한신阪神 대지진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이번 지진으로 충격에 빠져 있다. 구마모토
현이 속한 규슈九州 지역은 지난 100년간 규모 5.0이 넘는 지진이 거의 일어난 적이 없는 ‘지진 안전지대’에 속했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은 일본인들에게 세 가지 면에서 충격을 던져 주었다.
첫째로 강진 후 16배 더 강한 지진이 왔다. 이번
지진은 일반적으로 본진本震 뒤에 여진이 뒤따르는 ‘본진-여진형’ 지진 패턴이 아니고 이례적으로 강도가 큰 지진이 온 다음 그보다
더 큰 지진이 뒤따르는 ‘전진前震-본진형’이라는 것이다. 16일 지진(7.3)은 이틀 전 지진과 비교해서 파괴력이 16배나 더
컸다. 지진의 규모가 0.2 증가할 때마다 파괴력 규모는 2배씩 커지기 때문이다.
둘째로 한신 대지진보다 1.4배 센
지진이었다. 지진 발생 시 에너지양을 나타내는 지진 규모는 한신이 7.2, 구마모토가 7.3으로 0.1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그에 따른 파괴력은 구마모토 쪽이 1.4배나 더 강했다는 뜻이다. 만약 이번 지진이 대도시에서 발생했을 경우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 구마모토 현의 2차 지진 발생 31시간 뒤 태평양 반대편 남미 에콰도르Ecuador에서도 강진이 발생했다. 4월 16일 저녁 6시 58분(현지 시각) 에콰도르 수도 키토Quito에서 서쪽으로 170㎞ 떨어진 태평양 해상에서 발생한 규모 7.8 지진으로 최소 233명(18일 0시 현재)이 숨졌다. 이번 지진은 1,000여 명이 넘게 숨졌던 1987년 규모 7.2의 지진 이후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다. 에콰도르 지진 7시간여 뒤 남태평양의 섬나라 통가Tonga와 피지Fiji에서 각각 규모 5.8과 4.9의 지진이 일어났다. 또 이에 앞서 16일 오후 8시쯤(현지 시각)에는 대만Taiwan 남동부 타이둥臺東에서 동쪽으로 80㎞ 떨어진 해상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렇게 태평양 연안 지역에 강진이 잇따르자 환태평양 지진대를 일컫는 말인 ‘불의 고리(Ring of Fire)’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90%, 규모 7 이상의 대형 지진의 80%가 이 일대에서 발생한다. 특히 올 들어 불의 고리의 동서남북 곳곳에서 지진이 잇따르는 양상이다.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Vanuatu에서는 이달 들어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네 차례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동부 캄차카반도와 알류샨열도에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났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이 ‘심각한(significant) 단계’로 분류한 규모 4.0 이상의 지진 발생 추이를 보면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총 39건이 발생했는데 그중 29건이 ‘불의 고리’에서 일어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지구촌 전역의 규모 4.0 이상 지진 발생 건수(26건) 및 불의 고리 지역 발생 건수(21건)를 넘어서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