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의 추억
대학교를 다닐때 일이었습니다.
동아리 하계 M.T 답사차 선발대로 소백산을 가게 되었습니다.
소백산으로 가는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는 버스에서, 커브를 돌때마다 이리저리 몸이 쏠리고 심지어 날라다니는 것에 당황하면서도 그 상황이 웃겨서 우리는 탄성을 지르고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버스 안을 둘러보니 자리에 앉으신 어르신들은 '무슨 일이 있는가..?' 싶을 정도로 평온하게 앉아있었습니다. 무안함에 서로의 얼굴만 보며 키득거리다가 드디어 소백산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저에게 소백산은 놀라움으로 다가 왔습니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과 우뚝우뚝 선 바위들. 하늘을 가릴 듯 울창한 수풀.
밤이 되자 산 기슭에는 어둠이 가득 메워졌고, 머리 위로는 쏟아질 듯 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인공적인 불빛이라고는 없는 산에서는 코 앞으로 내민 주먹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둠이 짙었습니다. 그 침묵사이로 들려오는 물 소리는 너무나 신비로웠습니다.
나중에 오랜 시간이 흘러서 어른이 되고,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탁 트인 무량수전의 뜨락에 서서 마치 바다처럼 너른 소백산 산자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름다운 능선들 어느 곳이 바로 대학생때 가보았던 소백산의 그 자락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또한, 안동의 하회마을과 병산의 서원과 임청각의 우물이 그 소백산 줄기가 굽이쳐 멈춘 곳에 자리잡은 우리네 오랜 삶의 터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산. 그리고 사람.
내내 같은 굴곡의 역사를 살아가는 우리는 높은 산마루로 떨어진 빗방울이 계곡을 타고 흐르며 개울이 되고, 다시 강이 되어 바다로 흐르듯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을 쉼없이 도는 수레바퀴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모든 강이 흘러 멈추는 바다는 생명의 고향이자 동경으로 불리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은 저 대자연속에서 왔다가, 다시 대자연속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신 태상종도사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