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2017. 7. 18. 10:00




 

 

사자성어

千慮一得천려일득

 

 

 

금주의 한자 ‘천려일득千慮一得’에서,

 

‘千천’은 숫자 1000이나 여기서는 매우 많음을 뜻한다. ‘千載一遇천재일우’란 말이 있는데, ‘천 년에 한 번 만나다’는 뜻으로, 오랜 세월 동안 만나기 어려운 좋은 기회를 형용하는 말이다. 여기서 ‘실을 재載’ 자는 ‘해 년年’, ‘해 세歲’ 자와 같은 뜻이고, ‘한 일一’ 자는 ‘한 번’, ‘遇우’는 ‘만나다’는 뜻이다.

 

‘慮려’는 ‘생각하다’는 뜻이다. ‘헤아릴 고考’ 자와 결합된 ‘考慮고려’는 ‘깊이 생각하여 헤아리다’는 뜻이고, ‘깊을 심深’, ‘꾀 모謀’, ‘멀 원遠’ 자로 구성된 ‘深謀遠慮심모원려’는 ‘깊은 꾀와 먼 장래를 내다보는 생각’을 말한다.

 

‘一일’은 숫자 1로서 ‘한 번’을 말한다. ‘얼굴 면面’, ‘같을 여如’, ‘옛 구舊’ 자로 구성된 ‘一面如舊일면여구’는 ‘한 번 만났으나 오랜 벗처럼 친밀해지다’는 뜻인데, 여기서 ‘얼굴 면’ 자는 ‘만나다’는 뜻이며 이 글자 대신에 ‘볼 견見’ 자를 써서 ‘一見如舊일견여구’라고도 한다.

 

‘得득’은 본래 ‘얻다’는 뜻인데, 본문에서는 ‘타당하다’, ‘정확하다’는 뜻이며 ‘타당한 것’이란 명사로 사용되었다.

 

즉 ‘천려일득’은 ‘어리석은 사람도 천 번을 생각하면 반드시 한 번은 타당한 것이 있다’는 뜻으로서,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많은 생각을 하면 그 과정에서 언제나 한 가지 정도는 타당한 것이 나올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의견에 대해 겸손함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이 말은 《안자춘추晏子春秋》〈잡하雜下〉편에 나온다. 《안자춘추》는 《안자》라고도 하는데, 주周 나라 때 안영晏嬰(서기전 585-서기전 500)의 저작이라고 돼 있으나 실제로는 훨씬 뒤인 전국시대戰國時代(서기전 475-서기전 221) 말기의 작품이다. 이 책에는 안영의 언행言行이 기술돼 있는데, 여러 고서古書 속에 흩어져 있는 관련 기록과 민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고 내용은 주로 군주君主에게 간언諫言하는 것과 군주의 물음에 대답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서기전 770-서기전 476)의 이야기이다.

 

안영은 제齊 나라의 정치가이다. 안영은 제나라의 대부였던 아버지 안약晏弱(서기전 635-서기전 556)이 돌아가신 후, 아버지의 벼슬을 승계하여 제나라의 경卿이 되어 영공靈公 강환姜環(재위 서기전581-서기전 554), 장공莊公 강광姜光(재위 서기전 553-서기전 548), 경공景公 강저구姜杵臼(재위 서기전 547-서기전 490) 등 3대에 걸쳐 상국相國을 역임했다. 상국은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 즉 임금 한 사람의 바로 아래면서 만백성의 위에 있는 자리로, 지금으로 말한다면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높은 직위이다. 안영은 사람됨이 정직正直했고 벼슬을 하면서는 매우 청렴淸廉했으며 아주 검소儉素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위로는 임금으로부터 아래로는 백성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를 매우 존경했다. 특히 공자孔子는 그의 품행과 절조가 고상하기 때문에 그를 형으로 모시려고도 했다.

 

어느 날 안영이 막 점심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경공이 보낸 사람이 그를 만나러 왔다. 안영은 상대방이 임금이 보낸 사람이라 특별 대접을 하느라고 즉석에서 그에게 자기의 밥과 반찬을 반반씩 나눠 주면서 함께 점심밥을 먹었다. 물론 그는 이 식사로 배가 부를 수 없었다.

 

경공은 이 일을 알고 난후 감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상국의 집안이 이렇게까지 가난할 줄은 짐이 이제껏 알지 못했노라. 이것은 짐의 잘못이다!”

 

말을 마치고 경공은 사람을 시켜 안영에게 천금千金을 보내면서 안영이 손님을 접대하는데 쓰도록 했다. 그러나 뜻밖에 안영은 받기를 원치 않고 가져온 사람 즉 사자使者에게 도로 돌려보냈다. 경공이 사람을 시켜 다시 보냈지만 그는 여전히 받지 않았다. 경공이 사람을 시켜 세 번째로 보내왔을 때 안영이 사자에게 말했다.

 

“전하殿下께 잘 아뢰어 주시오. 나는 결코 빈곤하지 않소이다. 전하께서 나에게 내린 봉록俸祿만으로도 내가 우리 집안사람들을 먹이고 손님들을 접대하는데 충분할 뿐 아니라 곤궁困窮한 백성을 돕는데도 쓸 수 있소. 그러니 나는 전하께서 별도로 내리시는 하사금下賜金을 더 이상 받을 수가 없소!”

 

사자도 매우 난감難堪해서 안영에게 사정했다.

 

“상국, 저는 전하의 명을 받들고 이 일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상국께서 이번에도 받기를 원하지 않으신다면 절더러 어떻게 돌아가서 전하께 아뢰란 말씀입니까?”

 

안영은 생각을 좀 해 보더니 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 그렇다면 내가 당신과 함께 궁궐에 들어가서 직접 전하께 사양한다는 말씀을 드리겠소.”

 

궁궐로 간 안영은 경공을 알현謁見하고 자신에게 베풀어준 후한 사랑에 감사드리고 아울러 신하의 한 사람으로서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을 수 있으면 됐지, 과다한 재물을 가질 수는 없으니 전하께서 자신에게 특별히 내리는 상을 받도록 강요하지 말아달라는 뜻을 아뢰었다.

 

경공은 이 말을 듣고는 안영을 더욱 존중했고 그래도 그에게 천금을 하사하려 했다. 경공은 하나의 예를 들었다.

 

“옛날 우리 제 나라의 현명한 재상인 관중管仲은 환공桓公을 위해서, 그 분을 당시 각 제후국 최초로 맹주로 만들어 대공을 세웠소. 환공은 보답하기 하기 위해서 그에게 수많은 봉토封土를 상으로 하사하셨는데 관중은 사양하지 않고 곧바로 받았소. 그런데 상국은 어째서 사양한다 말이오?”

 

안영이 대답하였다.

 

“저는 이러한 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성인도 천 번을 생각하면 언제나 한 번의 실수는 있기 마련이고, 어리석은 사람도 천 번을 생각하면 언제나 한 번의 타당함은 있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관중은 이 일을 생각하는데 실수를 한 듯하고, 저는 비록 어리석지만 이 일은 정확하게 처리한 듯합니다.”

 

경공은 그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을 듣고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어서 마침내 상을 거두었다.

 

 

 

이 성어는 원래 이러한 말에서 나왔다.

 

“聖人千慮성인천려면, 必有一失필유일실하고 愚人千慮우인천려면, 必有一得필유일득이라.” 즉 성인이라도 천 번을 생각하면 반드시 한 번은 실수가 있기 마련이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천 번을 생각하면 반드시 한 번은 타당한 곳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千慮一失천려일실’이란 말도 나왔는데, 이 말은 ‘성인도 천 번을 생각하면 반드시 한 번은 실수가 있다’는 뜻으로서 아무리 총명한 사람이라도 수많은 생각을 하다보면 언제나 실수할 때가 있음을 의미한다.

 

【단어】

 

千천: 1000. 천. 十(열십)부, 총3획, qiān

 

慮려: 생각하다. 心(마음심)부, 총15획, lǜ

 

一일: 1. 한번. 一(한일)부, 총1획, yī

 

得득: 얻다. 타당하다. (두인변)부, 총11획, dé

 

 

 

【출전】

 

晏子方食, 景公使使者至. 分食食之, 使者不飽, 晏子亦不飽. 使者反, 言之公.

 

公曰: “嘻! 晏子之家, 若是其貧也. 寡人不知, 是寡人之過也.” 使吏致千金與市租, 請以奉賓客. 晏子辭, 三致之, 終再拜而辭曰: “嬰之家不貧. 以君之賜, 澤覆三族, 延及交遊, 以振百姓, 君之賜也厚矣! 嬰之家不貧也. 嬰聞之, 夫厚取之君, 而施之民, 是臣代君君民也, 忠臣不爲也. 厚取之君, 而不施于民, 是爲筐篋之藏也, 仁人不爲也. 進取于君, 退得罪于士, 身死而財遷于, 是爲宰藏也, 智者不爲也. 夫十總之布, 一豆之食, 足于中免矣.”

 

景公謂晏子曰: “昔吾先君桓公, 以書社五百封管仲, 不辭而受, 子辭之何也?”

 

晏子曰: “嬰聞之, 聖人千慮, 必有一失; 愚人千慮, 必有一得. 意者管仲之失, 而嬰之得者耶? 故再拜而不敢受命.”

 

- 《안자춘추晏子春秋》〈잡하雜下〉

Posted by 천연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