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
一葉蔽目일엽폐목
금주의 한자 ‘漁父之利어부지리’에서
‘一일’은 숫자 1이다. ‘아침 조朝’ 자, ‘저녁 석夕’ 자와 결합된 ‘一朝一夕일조일석’은 ‘하루아침, 하루저녁’이란 뜻으로 매우 시간이 짧음을 형용하는 말이다.
‘葉엽’은 초목의 잎을 말한다. ‘글 서書’ 자와 결합된 ‘葉書엽서’는 원래 나뭇잎에 쓴 글로 편지를 말했지만 지금은 우편엽서를 가리킨다. ‘황금 금金’, ‘가지 지枝’, ‘구슬 옥玉’ 자와 결합된 ‘金枝玉葉금지옥엽’은 ‘황금 가지와 옥 잎’이란 뜻으로 왕의 가족이나 귀한 자손을 뜻한다.
‘蔽폐’는 ‘가리다’는 뜻이다. ‘숨길 은隱’ 자와 결합된 ‘隱蔽은폐’는 ‘덮어 감추다’ 혹은 ‘가리어 숨기다’는 뜻이고, ‘가릴 엄掩’자와 결합된 ‘掩蔽엄폐’는 ‘가리어 숨기다’는 뜻이다.
‘目목’은 ‘눈’이다. ‘예도 례禮’자와 결합된 ‘目禮목례’는 ‘눈으로 하는 인사’를 말하고, ‘아니 불不’, ‘참을 인忍’, ‘볼 견見’ 자와 결합된 ‘目不忍見목불인견’은 ‘눈으로 차마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즉 ‘일엽폐목’은 ‘나뭇잎 하나가 눈을 가리다’는 뜻으로, 눈앞의 작은 사물에 가려져 사물의 진실적 상황 및 주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을 비유하는데 쓰인다. 또 국부적이고 일시적인 상황에 미혹돼 사물의 전체를 보지 못함을 비유하는데도 쓴다.
이 성어는 《할관자鶡冠子》〈천칙天則〉편에 나온다.
책명에서 ‘할’을 ‘갈’로 읽어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갈관자’로 부르기도 하나 《광운廣韻》 등의 운서韻書를 살펴본 결과, ‘할’로 읽는 것이 타당하다.
《할관자》의 저자는 중국 전국시대 초楚 나라의 은사隱士 할관자로 전해진다. ‘할관鶡冠’은 할새의 깃털로 장식한 관冠을 말하며, 은자隱者의 관으로 일컬어진다. ‘새 조鳥’ 자를 써서 ‘할조관鶡鳥冠’ 혹은 ‘닭 계鷄’ 자를 써서 ‘할계관鶡鷄冠’이라고도 한다. 그는 깊은 산속에 살면서 할새의 깃털로 관冠을 만들어 쓰고 다녔기 때문에 존칭해서 할관자라고 불렸다. 그의 사상은 주로 도가 사상에 속한다.
재밌는 건, 할새라는 새는 꿩처럼 생겼는데 크기도 큰 편이며 색깔이 황흑색을 띠고 꼬리 깃털이 각이 져서 마치 관冠처럼 생겼다. 제 무리를 사랑하는 성질이 있지만 침입을 당하면 곧장 달려가 죽을 때까지 그치지 않고 싸운다고 한다.
오늘 전하는 ‘일엽폐목’의 이야기는 중국 삼국시대 위魏 나라 학자 한단순邯鄲淳(약 132-221) 이 쓴 《소림笑林》이라는 책에 나오는데, 이 책은 중국 최초의 소화笑話 즉 우스운 이야기를 모아 놓은 것으로, 중국 해학諧謔 소설의 시초로 평가된다. 원서는 이미 실전되었지만, 노신魯迅(1881-1936)이라는 유명한 문학가가 《고소설구침古小說鉤沈》이라는 책에 비교적 완벽하게 집록해 놓았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옛날 중국 초楚 나라에 한 가난한 서생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책 읽는 일만 좋아해서 세상일에는 어두운 책벌레였다.
어느 날 그가 전설적인 방술서인 《회남방淮南方》이란 책을 읽고 있다가, 갑자기 책에서 다음과 같은 글귀를 보았다.
“만일 사마귀가 매미를 잡을 때 쓰는 은신용 나뭇잎을 얻으면 자신의 몸을 은폐할 수 있어서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서생은 생각했다.
“만일 내가 그 나뭇잎을 얻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날부터 그는 온종일 숲속을 들락날락하면서 사마귀가 매미를 잡을 때 자기 몸을 가리는 나뭇잎을 찾았다. 마침내 얼마 후 사마귀가 나뭇잎 아래서 자기 몸을 감추고 있다가 매미를 잡는 것을 발견하고 그 나뭇잎을 땄다. 그런데 서생이 너무 감격한 나머지 나뭇잎이 땅에 떨어져서, 사방에 가득 널려있는 낙엽들과 한데 뒤섞여버렸다. 서생은 한 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삼태기 하나를 가져와서 그곳에 있는 낙엽들을 모두 담아서 집으로 가지고 돌아갔다. 집에 돌아온 서생은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낙엽들 중에서 어떻게 몸을 감출 수 있는 나뭇잎을 골라낼 수 있을까?”
서생은 하나하나씩 시험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거기 있는 나뭇잎을 하나 들어서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은 나를 볼 수 있소?”
아내가 대답했다.
“볼 수 있어요.”
그가 다른 나뭇잎을 들고서 다시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은 내가 보이오?”
아내가 인내심을 갖고 대답했다.
“보여요.”
이런 식으로 그가 나뭇잎을 하나씩 들고서 보이냐고 물을 때마다 아내는 놀랄 정도의 인내심을 나타내며 보인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한참을 하고나자 나중에 너무 귀찮아진 아내는 그만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보이지 않아요!”
서생은 이 말을 듣자마자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그는 곧바로 나뭇잎을 들고 거리로 가서, 나뭇잎으로 자신을 가리고 가게 주인 앞에 서서 손을 뻗어 가게 안의 물건을 집어서 나갔다.
가게 주인은 너무도 황당하고 기가 막혀 그를 붙잡아 관아로 끌고 갔다. 관원은 뜻밖에 어떤 사람이 백주 대낮에 사람들이 보는데 남의 물건을 훔쳤다는 말이 매우 이상하게 여겨져 곧 그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서생으로부터 사건의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관원은 한바탕 크게 웃으며 그를 처벌하지 않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 성어는 ‘막을 장障’ 자를 써서 ‘일엽장목一葉障目’이라고도 한다. 또 ‘나뭇잎 하나가 눈을 가리면 태산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一葉蔽目일엽폐목, 不見泰山불견태산’이라고도 한다.
《할관자》 〈천칙〉편에는 이 성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무릇 귀는 듣는 것을 주관하고, 눈은 보는 것을 주관한다. 나뭇잎 하나가 눈을 가리면 태산이 보이지 않고, 콩 두 알이 귀를 막으면 우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단어】
一(일): 1. 하나. /一(한일)부, 총1획, yī/
葉(엽): 잎. /艹(초두머리)부, 총13획, yè́/
蔽(폐): 덮다. /艹(초두머리)부, 총16획, bì/
目(목): 눈. /目(눈목)부, 총5획, mù/
【출전】
夫耳之主聽, 目之主明, 一葉蔽目, 不見太山, 兩豆塞耳, 不聞雷霆.
-《할관자鶡冠子》〈천칙天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