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공부
漁父之利 어부지리
금주의 한자 ‘漁父之利어부지리’에서
‘漁어’는 ‘물고기를 잡다’는 뜻이다. ‘그물 망網’ 자와 결합된 ‘漁網어망’은 ‘고기잡이 그물’을 뜻한다. ‘豊漁풍어’와 ‘凶漁훙어’란 말이 있다. 豐年풍년, 凶年흉년과 같은 구조인데, ‘풍성할 풍豐’ 자와 결합된 ‘豊漁풍어’는 ‘물고기가 많이 잡히다’는 뜻이고, ‘흉할 흉凶’ 자와 결합된 ‘凶漁흉어’는 ‘물고기가 아주 적게 잡히다’는 뜻이다.
‘父부’는 ‘아비 부’ 자로서 ‘노인에 대한 존칭’이다. ‘아비 부父’ 자를 쓰는 ‘漁父어부’와 ‘지아비 부夫’ 자를 쓰는 ‘漁夫어부’는 같은 뜻인데, ‘아비 부’ 자를 쓰는 ‘漁父어부’는 ‘늙은 어부’라는 뜻이다.
‘之지’는 구조조사로서 ‘…의’라는 뜻이다.
‘利리’는 ‘이득’이라는 말이다. ‘해칠 해害’ 자, ‘얻을 득得’ 자, ‘잃을 실失’ 자로 구성된 ‘利害得失이해득실’은 이익과 손해, 얻음과 잃음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어부지리’는 글자그대로 ‘어부의 이득’이라는 뜻으로, 쌍방이 서로 다투는 사이에 제삼자第三者가 힘들이지 않고 이득利得을 챙긴다는 말이다. 이 말은 쌍방이 서로 대치하며 물러서지 않다가 결과적으로 둘 다 모두 피해를 입음을 비유할 때도 쓰인다.
이 고사는 《전국책戰國策》〈연책燕策2〉에 나오는데, ‘전국시대의 책략’이라는 뜻의 《전국책》은 중국 전국시대 각 나라들의 역사 정황을 기록한 중요한 국별체國别體 역사서로서 당시와 후대에 커다란 영향을 준 역사산문歷史散文의 걸작傑作이다. 이 책은 전국시대의 유세객遊說客들과 종횡가縱橫家의 정치주장과 책략策略, 전설傳說을 모은 것이다. 전국시대 초기부터 진나라가 육국六國을 멸망시킬 때까지 약 2백40년 동안, 동주東周 및 진秦, 제齊, 초楚, 조趙, 위魏, 한韓, 연燕, 송宋, 위衛, 중산中山 각 나라의 일을 수록하였는데, 12책策, 33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4백97편의 글이 실려 있다. 《전국책》의 저자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한 사람에 의해서 또 어떤 한 시기에 기록된 것이 아니다. 《전국책》의 성립 시기는 전국시대 말엽이나 한대漢代 초기로 보며, 유명한 경학자經學者요, 목록학자目錄學者, 문학가인 유향劉向(서기전 77- 서기전 6)이 교정校訂하고 최후로 편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는 합종연횡合縱連衡이나 원교근공遠交近攻 등의 외교정책外交政策이 이야기로 실감實感나게 등장한다. 원래 ‘세로 종縱’ 자는 ‘좇을 종從’를 쓰기도 하며 남북을 가리키고, ‘가로 횡橫’ 자는 ‘저울대 형衡’ 자를 쓰기도 하며 동서를 뜻한다. 합종과 연횡은 서로 반대되는 외교정책이다. ‘합할 합合’ 자와 ‘세로 종縱’ 자로 구성된 ‘합종合縱’은 소진蘇秦이 여섯 나라 제후諸侯들에게 남북으로 연합해서 서쪽의 강대한 진秦 나라에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한 외교정책이고, ‘잇닿을 련連’ 자와 ‘가로 횡橫’ 자로 구성된 ‘連橫연횡’은 진나라의 재상 장의張儀(?-서기전 310)가 제창한 외교정책으로서 진나라를 제외한 여섯 나라의 합종 정책을 깨뜨릴 목적으로 여섯 나라의 각 제후들에게 이익으로 꾀어 진나라와 친선親善 관계를 맺도록 한 후에 다시 각개격파各個擊破를 하여 천하통일天下統一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소진과 장의는 모두 귀곡자鬼谷子라 불리는 왕후王詡(서기전 400-서기전 320)의 제자이다. ‘멀 원遠’ 자, ‘사귈 교交’ 자. ‘가까울 근近’ 자, ‘칠 공攻’ 자로 구성된 ‘원교근공’은 먼 나라와 친교親交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한다는 뜻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중국의 전국시대이다.
전국시대 말기에는 강대한 일곱 제후국, 즉 제齊 나라, 초楚 나라, 진秦 나라, 연燕 나라, 한韓 나라, 위魏 나라, 조趙 나라 등 이른바 전국칠웅戰國七雄이 서로 공벌攻伐을 하여 전쟁이 해마다 끊이지 않았다. ‘칠웅’의 ‘수컷 웅雄’ 자는 ‘강국’을 뜻한다.
조 나라가 연 나라를 칠 준비를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역사상 유명한 전국시대의 종횡가縱橫家 소진蘇秦에게는 집안 아우인 소대蘇代라는 이름을 가진 유세객이 있었다. 참고로 소대의 아우는 소려蘇厲인데, 이렇게 소진, 소대, 소려 세 사람의 종횡가를 ‘삼소三蘇’라고 부른다. 삼소라는 명칭은 북송 때에도 있었는데,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에 속하는 대문장가 소순蘇洵(1009-1066), 소식蘇軾(1037-1101), 소철蘇轍(1039-1112)의 삼부자三父子도 삼소라고 부른다.
당시 연 나라 소왕昭王의 부탁을 받은 소대는 조 나라 혜문왕惠文王(서기전 약 308-서기전 266)을 알현하고 혜문왕에게 연 나라를 치지 말 것을 권유했다. 소대는 혜문왕에게 다음과 같은 우언寓言 고사 하나를 이야기했다.
오늘 제가 역수易水(하북성 역현易縣에 있음)를 지나오는데, 말조개가 날이 맑게 개이자 양쪽의 딱딱한 조가비를 한껏 벌리고 강가의 모래톱에서 햇볕을 쪼이고 있었습니다. 한 도요새가 이 말조개를 보더니 재빠르게 부리를 말조개의 조가비 속으로 뻗어서 살을 쪼았습니다. 말조개는 황급히 딱딱한 조가비를 닫아 도요새의 부리를 물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도요새는 조갯살을 먹지도 못하고 부리가 물려 있게 되자 말조개를 위협하며 말하였습니다.
“좋아, 네가 조가비를 벌리지 않는다면 기다리겠다. 오늘 비가 내리지 않고 내일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너를 말려 죽이겠다!”
말조개는 조금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듯이 대꾸하였습니다.
“좋지, 네 부리는 이미 나에게 물려 있어. 오늘 뽑아내지 못하고 내일도 뽑아내지 못하면 너를 굶겨 죽일 거야!”
바로 이렇게 말조개와 도요새는 강가의 모래톱에서 서로 고집부리며 어느 누구도 상대방에게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자 그들은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육체적으로 힘이 빠졌습니다. 때마침 한 늙은 어부가 이곳을 지나가다가 그들이 죽기 살기로 한데 얽혀서 누구도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광경을 보고 손쉽게 그들을 함께 잡았습니다.
소대는 이야기를 다 마친 후 혜문왕에게 말했다.
“만일 조 나라가 연 나라를 공격하면 연 나라는 온 국력을 다해 저항할 것이라 쌍방이 반드시 장기간 서로 버티며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강대한 진秦 나라가 곧 어부처럼 앉아서 그 이익을 거둘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신중하게 고려하셔서 다시 결정하시기를 바라옵니다.”
소대의 말을 다 들은 후에 조 나라 혜문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옳은 말이오.”
혜문왕은 소대가 한 말이 이치에 합당하다고 판단하고 연 나라에 대한 공격 계획을 중단했다.
이 고사에서 어부지리란 사자성어四字成語가 나왔는데, 다른 표현으로 ‘부父’ 자 대신에 ‘사람 인人’ 자를 쓴 ‘漁人之利어인지리’, ‘늙은이 옹翁’ 자를 쓴 ‘漁翁之利어옹지리’ 또는 조사 ‘지之’ 자 대신에 ‘얻을 득得’ 자를 써서 ‘漁人得利어인득리’, ‘漁翁得利어옹득리’라고 하며, 줄여서 ‘漁利어리’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또 이를 말조개와 도요새의 다툼이란 뜻으로 ‘말조개 방蚌’ 자와 ‘도요새 휼鷸’ 자, ‘다툴 쟁爭’ 자를 써서 ‘蚌鷸之爭방휼지쟁’ 또는 ‘서로 상相’ 자를 써서 ‘鷸蚌相爭휼방상쟁’이라고도 한다.
유사한 성어로, ‘개 견犬’ 자와 ‘토끼 토兎’ 자를 써서, 개와 토끼의 다툼이란 뜻의 ‘犬兎之爭견토지쟁’이란 말이 있는데 이 고사도 어부지리와 동일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단어】
漁(어): 고기 잡을 어. /氵(삼수변)부, 총14획, yú/
父(부): 아비. /父(아비부)부, 총4획, fǔ/
之(지): 구조조사. /丿(삐침)부, 총4획, zhī/
利(리): 이익. /刂(선칼도방)부, 총7획, lì/
【출전】
趙且伐燕, 蘇代爲燕謂惠王曰: “今者臣來, 過易水, 蚌方出曝, 而鷸啄其肉, 蚌合而拑其喙. 鷸曰: ‘今日不雨, 明日不雨, 卽有死蚌.’ 蚌亦爲鷸曰: ‘今日不出, 明日不出, 卽有死鷸.’ 兩者不肯相舍, 漁者得而幷禽之. 今趙且伐燕, 燕趙久相支 以弊大衆, 臣恐强秦之爲漁父也, 故願王之熟計之也.” 惠王曰: ‘善.’ 乃止.
- 《전국책戰國策》〈연책燕策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