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顧草廬 삼고초려
최고 경영자를 뜻하는 CEO는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도 같다. 능력 있는 CEO가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경쟁력이 요구되는데, 100대 기업 CEO들은 평균 새벽 5시 37분에 기상을 하며 근무시간의 40% 이상은 현장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인재를 보는 눈과 그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이야말로 CEO가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 하겠다.
예전에 한 증권 회사 사장이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저 멀리 해외로 ‘인재 찾아 삼만 리’를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는데, 과거에도 흙속에서 진주를 찾기에 여념이 없었긴 마찬가진가 보다. 인재를 알아보고, 그 인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정성을 다했던 유비의 이야기, 함께 만나보자.
금주의 한자. ‘三顧草廬삼고초려’에서
‘三삼’은 아시다시피 숫자 3인데, 본문에서는 ‘세 번’이라는 뜻이다.
‘顧고’는 ‘돌아보다’는 뜻인데, 여기서 ‘방문하다’는 뜻이 나왔으며 본문에서도 이 뜻으로 사용되었다. ‘고객顧客’은 ‘찾아오는 손님’이란 말이다.
‘草초’는 ‘풀’이라는 말이다. ‘뿌리 근根’자, ‘나무 목木’자, ‘껍질 피皮’자로 이루어진 ‘草根木皮초근목피’는 ‘풀뿌리와 나무껍질’이라는 뜻으로 나쁜 음식이나 한약재를 말한다.
‘廬려’는 ‘오두막’을 말하니, ‘초려’는 바로 ‘초가집’이란 뜻으로 자기 집을 겸손하게 일컫는 말이 된다.
그래서 ‘삼고초려’는 초가집을 세 번 찾아간다는 뜻으로, 진심으로 예를 갖추어 남을 맞이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이 말은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정치가 제갈량諸葛亮(181-234)의 〈출사표出師表〉에 나오며, 그 이야기는 명나라 때 나관중羅貫中(약 1330-약 1400)이 지은 소설 『삼국연의三國演義』에 자세하다. 〈출사표〉는 위魏 나라를 정벌하러 떠나기 전에 직접 후주後主 유선劉禪(207-271)에게 올린 표문이다.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사내대장부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국충정이 잘 표현되어 있는 천고의 명문인 이 〈출사표〉는 서진西晉 때의 사학가 진수陳壽(233-297)가 편찬한 정사正史 《삼국지三國志》의 〈제갈량전諸葛亮傳〉이나 《문선文選》 등 여러 문헌에 수록되어 있다.
동한 즉 후한 말엽, 유비劉備(161-223)는 조조曹操(155-220)를 공격했으나 실패하고 형주荊州의 유표劉表(142-208)에게 몸을 의탁했다. 훗날 대업을 성취하기 위해 그는 인재를 널리 구해야겠다고 다짐하고 형주의 저명인사 사마휘司馬徽(?-208)를 찾아가 인재를 추천해달라고 청했다. 사마휘는 이렇게 조언했다.
“이 지역에 복룡伏龍과 봉추鳳雛라는 사람이 있는데 둘 중에 하나만 얻어도 천하를 안정시킬 수 있소.”
유비는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해 본 결과, 복룡이 바로 공명孔明이라는 자를 쓰는 제갈량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양양성襄陽城 서쪽 이십 리 떨어져 있는 융중隆中이란 곳에 은거해서, 초가집에 살며 직접 농사를 짓고 역사서에 정통해 있는 걸출한 인물임을 알았다. 그리하여 곧 자신의 결의형제인 관우關羽(?-219)와 장비張飛(?-221)를 데리고 융중으로 그를 만나러 갔다. 그런데 그 날 공교롭게도 제갈량이 외출하고 집에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며칠 후에 유비는 다시 관우, 장비와 함께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설을 무릅쓰고 제갈량을 만나러 갔다. 그런데 제갈량은 이번에도 친구와 함께 한가롭게 외출을 하였다. 유비는 할 수 없이 편지 한 통을 써서 남겨두었다. 내용은 자신이 제갈량에 대해 무한한 경의를 갖고 있으며, 아울러 제갈량에게 자신이 나라의 위험을 구하는데 도와주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다시 얼마가 지난 후에 유비는 자신의 성의를 표시하기 위해 특별히 사흘 동안 술과 고기를 삼가고 채식을 했으며 아울러 출발하기 전에 목욕을 하고 의복을 갈아입고 세 번째로 제갈량을 방문했다. 이 때 제갈량은 잠을 자고 있었다. 유비는 감히 그를 귀찮게 하지 않고 공경스럽게 섬돌 아래서 인내심을 갖고 그를 기다렸다. 마침내 제갈량은 유비의 성심성의에 감동을 해서 유비의 청을 받아들였다.
그 날 이후로 제갈량은 유비의 최고 모사謀士가 되었다. 유비는 제갈량을 얻은 후 자신과 그의 사이를 물고기가 물을 만난 사이라고 말했는데, 이로부터 ‘수어지교水魚之交’란 말이 나왔다. 물과 물고기의 사귐이란 뜻으로 물고기는 물을 떠나 잠시도 살 수 없기 때문에 아주 친밀한 관계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훗날 제갈량은 유비를 도와 동쪽에 위치한 손권孫權(182-252)의 오吳 나라와 연합해서 북쪽에 위치한 조조의 위나라를 공격하여 형주와 익주益州를 점거한 후 촉한蜀漢을 세워 오나라, 위나라와 함께 삼국정립의 국면을 형성했다.
이 성어는 달리 ‘草廬三顧초려삼고’, ‘三顧之禮삼고지례’라고도 하며, 줄여서 ‘三顧삼고’라고도 한다.
세속적인 가치나 일신의 안락함 보다는 장래성 있는 미래에 투자했던 공명의 이야기. 요즘으로 치면 대기업의 임원 자리를 마다하고 영세 벤처기업에 뛰어든 거라고도 볼 수 있다.
눈보라가 휘날릴 때 이십 리 길을 고생하며 스무 살이나 어린 공명을 찾아갔던 유비 또한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사람은 여러 번 공을 들여 ‘진심’을 보여야만 얻을 수 있다는 걸 일깨워준 진정한 리더라 하겠다.
이 두 사람을 통해 리더는 인재를 필요로 하고 인재는 자신을 알아준 리더를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다한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단어】
三(삼): 3. /一(한일)부, 총3획, sān/
顧(고): 돌아보다. /頁(머리혈)부, 총21획, gù/
草(초): 풀. /艹(초두머리)부, 총10획, cǎo/
廬(려): 오두막집. /广(엄호밑)부, 총19획, lú/
【출전】
臣本布衣, 躬耕於南陽, 苟全性命於亂世, 不求聞達於諸侯. 先帝不以臣卑鄙, 猥自枉屈, 三顧臣於草廬之中, 諮臣以當世之事, 由是感激, 遂許先帝以驅馳.
- 『삼국지三國志』「제갈량전諸葛亮傳」(「출사표出師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