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사의
현상주의現象主義(Phänomenalismus) 출현
프랑스의 실증주의實證主義
19세기의 철학은 한마디로 “현상주의現象主義”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현상주의란 사물의 배후를 드러내는 본질적 탐구도 아니고 근원의 존재를 탐구하는 형이상학도 아닌, 말 그대로 현실적으로 감각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이 진정한 실재라고 여기는 입장이다.
사상적인 틀에서 보자면, 존재란 현상現象일 뿐이라는 19세기 현상주의는 프랑스에 일어난 실증주의(Positivism)와 독일에서 일어난 유물론(Materialism)이고, 영국의 경험론(Empiricism)에 바탕을 둔 공리주의(Utilitarianism)를 포함하며, 그리고 미국에서 붐이 일어난 실용주의(Pragmatism)와 변질된 귀납적 형이상학이 현상주의에 속한다.
오늘날에는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인문학 분야까지도 실증주의 사상이 파고들어 널리 유포되어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역사관 또한 실증주의에 물들어 있다. 이러한 실증주의는 어떻게 태동해서 오늘날 인류의 정신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일까?
실증주의 사상을 개념적으로 정립한 사람은 오구스트 꽁트August Comte(1798~1857)이다. 그는 인류의 정신사를 검토하여 세 시기로 나누는데, 1단계는 신화적인 시기, 2단계는 형이상학적인 시기, 3단계는 실증주의 시기가 그것이다. 마지막 실증주의 시기에 이르러서야 인간은 과학적 탐구의 중요성을 간파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1단계의 시기 :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류는 원시적인 상태에서 맨 먼저 신화적인 혹은 신학적인 단계에 접어든다. 이는 자연의 모든 현상이 보다 높은 인격적인 힘을 가진 존재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믿었던 시기이다. 먼저 인격적인 힘이 특별한 사물 안에 살아있다고 믿는 페티시즘(Fetischismus), 다음은 그 힘을 가진 인격적인 신이 여러 영역을 지배하고 있다고 믿었던 다신교(Polytheismus), 마지막으로 전능한 유일신이 온 세계를 지배한다고 믿는 유일신교(Monotheismus)가 여기에 속하는 시기로 나타난다.
2단계의 시기 : 다음은 인간이 비판적 탐구능력이 발현되면서부터 시작한 형이상학적 시기이다. 대표적으로 아테네 시대의 철학적 탐구 시대가 그것이다. 철학은 신화적인 시대에서 탈피하여 창조변화의 힘을 추상적인 개념, 즉 사물의 본질, 형상, 영혼 등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러나 이러한 형이상학적 개념들은 꽁트의 눈에 여전히 허구인 것으로 취급되었다.
3단계의 시기 : 마지막 단계는 실증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 즉 현실적인 경험적 대상으로 주어져 있는 것만을 인간이 진리 탐구로 간주하게 되는 시기이다. 실증적인 것들만이 실재이고 허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증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는 학문이 바로 과학이다. 과학은 두 가지 업무에 주력하게 되는데, 첫째는 현상들로부터 언제나 반복적이고 동일한 것을 밝혀내어 개념을 창출하는 것이고, 둘째는 현상들이 규칙적이고 질서 있게 일어나게 되는 법칙을 정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을 토대로 하여 20세기에 새롭게 일어난 신실증주의新實證主義가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