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발명한 인류 최고의 난방
한옥의 온돌문화
한국인의 방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난방 방식이다. 이것은 태양열을 이용한 복사 난방보다도 훌륭하다. 발을 따스하게 해 주는 방식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난방이다
- 미국의 유명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 -
온돌은 한국 고유의 독특한 난방 방식이고 온돌 문화는 우리 겨레가 가진 삶의 예지와 숨결이 자리 잡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보물이자 훌륭한 자산입니다.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던 시골 마을을 회상해 보면 솥을 걸고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 불로 방은 뜨끈뜨끈했고 그 안에서의 잠은 정말 편안했던 꿀잠이었습니다. 지금도 어느 시골 마을에서는 전통 온돌방에 불을 피워 놓고 등을 지지러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아궁이 불이 굴뚝을 통해서 연기로 나오는 모습은 멀리서 보면 정말 아름답고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풍광으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어렸을 적에는 그냥 그게 좋은 줄만 알았지 그걸 ‘온돌’이라고 하는 것은 나중에 배우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인들은 왜 방바닥에서 잠을 자나요?
지금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은 케이팝K-Pop뿐만 아니라 드라마에도 미치고 있습니다. ‘대장금’이나 ‘주몽’ 열풍이 불었을 때 외국인 팬들의 온라인 토론장에서는 우리들의 난방 방식에 대해서 토론이 붙었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침대에서 자고 벽난로에 불을 피우는데 한국 사람들은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와서 이불을 덮고 자는 모습을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본 겁니다. 온돌은 주택의 실내 온도를 섭씨 13∼16도로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난방 장치이기 때문에 우리는 온돌방에 신체를 최대한 접촉하기 위해서 신발을 벗는 좌식 생활을 주로 했습니다. 그런 거주 문화가 외국인들의 눈에는 신기하게 비쳤던 겁니다.
이는 또한 중국인과 일본인에게도 다르게 비춰졌을 겁니다. 일본의 이로리(いろり) 등은 직접 열을 이용하는 방식인 데 비해 온돌은 구들장과 고래(구들장 밑으로 나 있는 길)를 데워 발생하는 간접 복사열을 난방에 사용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 대부분도 마찬가지로 온돌을 하지 않습니다. 중국 동북부와 몽골 일부 지역에서도 온돌과 비슷한 원리로 난방을 했지만 잠자는 부분에만 구들을 설치한 중국 동북부의 ‘쪽구들’ 방식과 게르 바닥에 구들을 놓은 몽골 방식은 방바닥 전체를 데우는 ‘통구들’인 우리 온돌과는 분명 다릅니다.
온돌의 난방 방식과 구조
그럼 본격적으로 온돌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온돌은 그야말로 ‘따뜻한 돌’입니다. 구들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구들은 ‘구운 돌’의 약자입니다. 요즘에는 추울 때 핫팩hot pack을 몸에 지니고 다닙니다. 하지만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겨울에 시골에서 학교를 다닐 때 논두렁 밑에서 돌을 구워 주머니에 넣고 다니곤 했습니다. 추운 겨울에 달궈진 돌은 난방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아마도 거주하는 공간의 아래쪽을 달궈야겠다는 생각도 이런 돌을 달구는 것과 같은 작은 아이디어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온돌 시스템은 아궁이, 방고래, 개자리, 구들, 굴뚝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옥의 아궁이에 불을 때면 열기가 아궁이 → 아궁이 후렁이 → 부넘기 → 구들개자리 → 방고래 → 고래개자리를 거쳐 굴뚝으로 빠져나갑니다.
①고래
온돌의 핵심은 ‘고래’에 있습니다. 고래는 방구들을 구성하는 돌 사이의 빈 공간으로 뜨거운 연기가 지나가는 길입니다. 구들은 이 고래 위에 놓이게 됩니다. 방바닥을 데우는 것은 구들을 어떻게 놓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아궁이 쪽이 깊고, 굴뚝 쪽이 얕아 옆에서 보면 꼭 고래등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불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뜨거운 공기가 고래 속을 빙빙 돌아 구들장을 달구는 구조입니다.
아랫목은 뜨거운 연기가 지나는 고래와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윗목에 비해 따뜻합니다. 또한 아랫목에는 두꺼운 돌을 놓습니다 그리고 열의 전달이 미약한 윗목은 좀 더 빨리 달구기 위해서 얇은 돌을 놓습니다.
②부넹기(부넘기)
불과 뜨거운 연기는 아궁이에서 ‘부넹기(부넘기)’라는 구멍을 통해 고래 쪽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부넹기는 ‘불이 넘어가는 고개’, ‘불을 넘기는 고개’란 뜻으로 ‘불목’이라고도 불리는데, 방고래가 시작되는 어귀에 조금 높게 쌓아 불길이 아궁이로부터 골고루 방고래로 넘어가게 만든 작은 언덕입니다. 구멍이 작아 열기가 바깥으로 새지 않고 고래로 잘 빨려 들어가게 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③구들 개자리, 고래 개자리
고래를 통과한 열기는 ‘구들 개자리’로 이동합니다. 구들 개자리는 부넘기 너머에 파놓은 골로서 이곳에서 고래로 열기가 균등하게 전해지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열이 고래 전체로 골고루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래 개자리’는 굴뚝과 구들 사이에 있는 벽 바로 안쪽에 깊게 파인 고랑입니다. 개자리는 그 중에서 굴뚝에 이르기 직전에 깊이 판 통로를 말하는데 이것은 열과 연기가 좀 더 오래 머물도록 하며, 재티 등을 걸러 내는 기능을 합니다.
이렇게 구들과 고래가 제대로 놓아져야만 따뜻한 온돌방이 됩니다. 우리 선조들은 열이 이동하는 방향과 가열된 열기의 연기가 빠져나갈 수 있게 굴뚝을 고안하는 등 과학적인 방식으로 한옥을 지켜 왔습니다. 구들을 놓을 때 아궁이, 고래 구멍 및 굴뚝의 배치는 지역의 바람 방향, 기후 조건에 따라 절묘하게 맞출 수 있는 과학적 슬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것을 잘못 맞추면 굴뚝으로 빠져나가야 할 열과 연기가 거꾸로 아궁이로 되돌아 나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