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2017. 11. 21. 23:16

 




 

체의

실존철학(Existential Philosophy)

 

 

 




“실존(實存, Existence)”이란 말은 어원적으로 라틴어의 “existentia”에서 유래한다. 이는 원래 ‘밖이란 뜻’을 가진 ‘ex’와 ‘나타나다’란 뜻을 가진 ‘sistere’의 합성어로 ‘밖에 나와 있는 것’, ‘밖으로 나타나 있는 구체적인 현실적 존재’를 뜻한다. 이러한 구체적인 현실적 존재는 유한하며,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게 되는, 항상 변화의 도정에 있다. 이러한 현실적 존재와 대립하여 있는 말은 바로 “본질(essentia)” 개념이다. ‘본질’이란 개개의 구체적인 사물에 앞서서 영원히 존재함을 뜻한다. 왜냐하면 본질이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존철학은 인간의 존재성격만을 “실존”으로 규정하고, 인간의 실존을 중심으로 사상을 전개한 학문을 일컫는다. 이러한 실존철학은 전통적으로 사유를 지배해 온 합리주의(이성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출현하지만, 결국 불안과 허무에 허덕이는 인간을 위한 사상으로 귀착한다. 이러한 실존철학은 19세기에 “신 앞에 선 단독자”를 제창한 유신론적 실존철학자 키에르케고르Kierkegaard와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무신론적 실존철학자 니체Nietzsche에 의해 형성이 되어 유럽의 지성들을 사로잡은 바 있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와 인간의 실존을 강조하는 철학이 새롭게 정리되어 다시 한 번 유럽의 지성사를 장식하게 된다. 실존철학은 왜 반복해서 또다시 등장하게 됐던 것일까? 그것은 당시 유럽인들이 처해 있던 상황이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불안한 상황은 인간성 상실과 삶의 위기 의식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이러한 인간성 상실과 위기 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유럽인들은 대중 속에 매몰되어 있는 자기 존재에 대한 눈을 뜨게 되고, 자기 존재의 존엄성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면서 인간의 진정한 본질과 구조를 밝혀 보고자 출현하게 된 것이 실존철학인 것이다.

 

실존철학은 몇 가지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 첫째, 실존이란 인간에게만 있는 특수한 존재 양식을 뜻한다는 의미에서 언제나 ‘인간의 실존’을 지칭한다. 여기에는 동양의 유가儒家에서 말하는 ‘인본주의人本主義’ 사상이 깔려 있다. 둘째, 실존은 개별적인 인간의 고유한 존재 양식이므로 ‘개인의 실존’을 말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실존철학은 지극히 ‘주관주의’라 볼 수 있다. 셋째, 실존철학은 주관적이라 하더라도 개인 중심적이 아니라 ‘상호주관적相互主觀的’인 측면을 다룬다. 왜냐하면 인간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언제나 타자他者와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넷째, 실존철학은 사물을 기준으로 인간의 실존을 다루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물은 이미 확정된 성질로 고정되어 있지만, 인간의 존재는 자기 자신의 본성을 이룩하기 위해 그때그때마다 새롭게 부단히 노력을 기울이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실존철학은 역동적(力動的)이다. 왜냐하면 실존이란 불변의 존재가 아니라 그 본질에 있어서 시간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실존철학은 구체적인 ‘체험體驗’을 중시한다. 왜냐하면 실존철학자들은 ‘실존적 체험’을 자신의 철학적 동기로 삼기 때문이다. 실존적 체험으로 거론되는 것은 죽음, 고뇌, 투쟁, 한계상황, 혐오감 등이다.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범하는 20세기의 실존사상은 실존문학, 실존예술, 실존철학 등 여러 분야에서 전개된다. 실존철학의 분야에도 많은 인물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징적으로 두 철학자를 꼽아 볼 수 있는데, 키에르케고르의 유신론적 실존철학의 연장선상에서 ‘영원한 현존’을 말한 칼 야스퍼스Karl Jaspers(1883~1969)와 니체의 무신론적 실존철학의 선상에서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한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1905~1980)가 대표적이다.

Posted by 천연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