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의
군사조직
군사 조직
여기에 더해 칭기즈칸은 기존 부대를 개편하였다. 애초의 친족 위주 구성을 해체하여 10진법에 근거한 군사 조직을 만들어 냈다.
우선 10명으로 이루어진 ‘아르반’(십호)이라는 분대를 만들었다. 호칭은 분대지만 기병의 전투력은 보병의 5배에서 15배 이상이다. 전투력만으로는 최소 중대 이상이었다. 바투르라는 무관이 지휘했다. 대원 중 한 사람이 포로가 되면 반드시 구출해 내야 했다. 그래서 아르반은 한 번 정해지면 바뀌지 않았고, 기본적으로 종교와 언어 정도는 공유해야 한다. 이들은 오랫동안 함께 생활하고 내왕한 지인들로 구성된다.
10개 아르반을 모아 ‘자군’이라는 100명 단위의 중대를 만들었다. 이 자군을 지휘하는 대장부터가 전투 전문가다. 출신 계급과 종족에 상관없이 능력 순으로 선발된다. 자군 10개를 모아 1,000명의 ‘밍간’을 두었고, 밍간 10개를 모아 10,000명의 ‘투멘’을 두었다. 투멘이 우리가 아는 만호萬戶이다. 투멘의 지휘관부터 장군이다.
하나 이상의 투멘을 관장하면 대장군을 뜻하는 ‘노얀’의 칭호가 붙는다. 칸이 관장하는 쿠릴타이에 노얀이 참석하여 각 단위 지휘관에 전술을 전달하는 시간은 불과 몇 분이면 충분했다.
이 투멘이 몽골군의 한 전략 단위였다. 이런 체제는 기동전을 펼치는 기병에게 주효한 편제 단위의 자율성을 부여하였다. 그리고 칸의 명령이 그대로 십호장에게 전달되는 일사불란한 명령 전달 체계를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통제되는 10여 개의 투멘으로 전혀 적이 예상하지 못하는 시간과 방법, 방향에서 기습을 하는 현대적인 전격전을 몽골군은 구사하였다.
여기에 몽골군 조직은 기존 부족 관계를 해체하고 모든 부족을 서로 섞어 놓았다. 모든 부족이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참여하였으며, 공동체 속에선 승리한 부족과 패배한 부족의 구별이 없었다. 패배자들에게도 동등한 시민권을 주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전투를 거듭하면서 칭기즈칸의 군대는 줄어들지 않았다.
정보 통신망
또 하나의 강점은 뛰어난 정보 전달력이었다. 13세기의 세계에는 몽골제국에 의한 평화가 존재했다. 유라시아대륙 거의 전부가 하나의 정치 권력에 의해 통일되어 반세기 이상 평화를 유지하였다. 평화가 지속되자 동서양 교류가 역사상 처음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동의 안전 보장과 더불어 엄청난 물자가 동서로 이동하였다.
이 교류를 확대시킨 획기적인 수단이 바로 잠jam(역참)이었다. 본래 잠은 체계화된 릴레이 시스템이었다. 1,000km 밖의 군대를 통제 지휘가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50km마다 역참을 설치하고 약 400마리의 말을 대기시켰다. 제국의 끝과 끝을 거미줄처럼 연결한 일종의 #통신 우편망#이었다.
대칸 직할령에만 60,000km의 도로에 1,400개 이상의 역참이 설치되어 있었다. 칸의 파발꾼은 수도 #카라코룸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일주일 만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6,000km가 훨씬 넘는 거리를 일주일에 완주하려면 하루에 거의 1,000km 가까이 달려야 했다. 요즘에는 전파를 이용하거나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자동차로 달린다면 가능할까? 하지만 교통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기에 이는 상당한 모험을 안고 있다. 지금 우리가 유라시아 횡단을 하려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체첸, 우크라이나 같은 분쟁 지역을 지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