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2017. 12. 17. 20:52





 

변종 존재론의

철학자 마틴 하이데거

 




 

20세기에 동서양에 걸쳐 너무도 잘 알려진 사상가를 한 분 꼽으라 하면 마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1889~1974)가 단연 선두를 점유할 것이다. 그의 철학적 사유에 대해서는 저술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개념에 대한 조어(造語)로 말미암아 논쟁의 여지가 더러 등장할 수 있다. 문제는 그가 실존주의자인가 아니면 존재론자인가를 가름할 때, 후대의 사상가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1927년부터 연재되었던 『존재와 시간(Sein und Zeit)』만으로 그의 사상을 평가하게 되면, 실존범주의 개념들이 등장하면서 실존문제에 대한 해석이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그는 명백히 실존철학자로 불리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초지일관으로 다루고 있는 문제는 “존재란 무엇인가”하는 “존재”를 해명하는 것이었다. 1929년에 출간된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Was ist Metaphysik)』에서 다루어지는 핵심주제는 그가 실존철학자라기보다는 존재론자로 보기에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전통적인 의미의 존재론자라고 하기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아마 사상의 핵심주제가 다소 생소하게 전개되기 때문일 것이다.

 



존재자를 존재자이게 하는 존재

고대 서양에서 철학적인 사유가 시작된 이래 탐구의 중심과제는 “존재란 무엇인가”를 묻는 존재론(Ontology)이었다. 최초의 철학자라 불리는 탈레스(Thales)로부터 시작하여 고대 자연철학자들은 역동적으로 생장하는 자연(physis)에 대한 존재를 물었고, 피타고라스(Pythagoras)는 이성에 의한 고도의 추리를 통해 탐구해낸 추상적인 수(數)를 존재로 보았고, 아테네 시대로 접어들면서 철학자들은 문명사적인 규범(nomos), 즉 윤리적인, 정치적(사회적)인 규범에 대한 존재를 사유하기 시작했다. 중세시대에는 신의 존재에 대해 체계적으로 탐구했고, 근대 이후부터는 인간의 삶에 관련된 존재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전통적인 존재론의 역사를 뒤집어 관점의 전환을 구축하려고 시도한다. 그는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에서 “도대체 왜 존재자는 있고 오히려 무(無)는 없는가? 이를 묻는 것이 철학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연구과제가 존재에 대한 탐구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이어서 그는 유럽전통의 철학이 ‘존재자’에 대한 탐구였지 ‘존재’에 관한 사유가 아니었다고 하면서 존재론의 역사가 모두 존재망각(存在忘却)의 길을 걸었다고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아직까지도 존재일반이 자명하고 명석하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존재’에 대한 물음은 한 번도 올바르게 제기된 일이 없었기에 존재망각의 역사 속에 내버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전통적인 존재론을 파괴하고, 존재자체의 의미를 물어 새롭게 밝히려 시도하게 되는데, 우선 “존재(das Sein)”와 “존재자(das Seiende)”를 명백히 구분 짓는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존재론은 모두 ‘존재자’에 대한 물음이었지만, 자신이 새롭게 제기하는 존재론은 존재자가 ‘무(無)’ 가운데서 개시되는 ‘존재’의 의미를 해명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서 ‘존재자’는 사물의 현상이나 존재양식을 말하는 것으로, 하늘, 땅, 바다, 책상, 나무, 행위 등, 개념으로 ‘존재하는 것’을 지칭한다. 반면에 ‘존재’는 “존재자를 존재자이게 하는 것”으로 규정된다.

 

‘존재자를 존재자이게 하는 것’을 ‘존재’로 규정한다면, ‘존재’는 종래의 철학이 추구했던 전체적인 근원으로서 ‘신(神)’을 말하는 것일까? 하이데거에 의하면 ‘신’도 한낱 ‘존재자’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인간이 이성적으로 생각하여 개념으로 만들어진 모든 것은 단지 ‘존재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기에서 하이데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고의 존재자인 신을 포함하여 모든 존재자가 어떻게 참다운 존재자일 수 있는가 하는 물음, 즉 존재자의 근원이 되는 의미의 ‘존재 자체’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다.

 

존재 자체를 묻는 그러한 ‘존재’는, 단순히 객관적인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거나 일상적인 의미에서 존재하는 것과 구별되기 때문에, 개념화된 대상으로 객관화될 수 없는 공허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존재’는 언제나 간과되어 왔고 망각의 역사로 떨어졌던 것이다. 여기에서 하이데거는 존재망각의 역사를 종식시키고자 한다. 그것은 ‘존재론적 차이’를 명백히 드러내는 것이다. ‘존재론적 차이’란 이성적 사유의 영역으로 들어와 개념화된 일상적인 존재자와 근원적인 의미의 존재자체 사이에 드러나지 않은 본질적인 차이를 뜻한다.


Posted by 천연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