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부시왕과 야마
명부시왕은 본래 불교의 경전에는 없다. 도교의 신앙 가운데, 이 '시왕'들이 지옥에서 죄의 경중을 판결하는 10위位의 임금으로 되어 있다. 그것을 불교가 포용하여 신앙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불교에서 '시왕'이라 하면 욕계 6천의 임금들과 색계 4선천의 임금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기도 하나, 보통은 도교에서 일컫는 '10위'의 신을 지칭한다. 우리가 잘 아는 ‘염라대왕’도 사후死後 암흑세계를 지배하는 왕으로서 이른바 시왕十王 가운데의 하나이다. 본래 죽어서 지옥에 떨어진 인간의 생전 행동을 심판하고 다스린다는 염라국의 임금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염라대왕도 불교 교의敎義와는 관계없는 존재이다. 그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도신화의 야마에 다다른다.
야마는 인도신화에서 인간 제1호, 따라서 죽음도 제1호로 기록된 자이다. 인간 세상에서 처음으로 죽은 뒤 야마는 사람의 자취가 전혀 닿지 않은 길을 거슬러 천계에 도달했고, 그곳에서 왕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그 후로 이 천국에 줄지어 죽은 자가 도착했으며 급기야 천국은 만원이 되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천국에 온 자 중에는 천국과 어울리지 않는 악인도 있었다. 그래서 야마는 그들을 가려내 지옥으로 추방했다. 따라서 야마 자신은 천국의 지배자인 동시에 지옥의 지배자이기도 했고, 재판관이기도 했다. 사람이 죽은 다음에 염라대왕에게 심판 받는 곳이 바로 명부冥府가 된다. 명부의 총 책임자는 염라대왕이다.
명부시왕 용례
『삼국유사』권 제5, 13장, 감통 7 ‘선율환생’ 편에는 “나도 또한 남염주의 신라 사람이었는데 우리 부모가 금강사의 논 1묘를 몰래 뺏은 일로 죄를 얻어 명부에 잡혀 와서 오랫동안 심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我亦南閻州新羅人 坐父母陰取金剛寺水田一畝 被冥府追檢 久受重苦.)”라는 기록이 있다.
『당태종전唐太宗傳』 『이계룡전李季龍傳』 등 고전소설에도 명부의 명관冥官의 위계를 볼 수 있다. 이를 보면 우주의 주재신으로 옥황상제, 그 아래 명부를 관할하는 명부시왕冥府十王이 있고 그 대표격이 염왕閻王이다. 염왕 아래 생사부生死簿를 주관하는 판관判官이 있다. 그 밑에 염왕의 명을 받아 사자를 압송해 나르는 차사差使, 사자使者가 있다.
그리고 명부의 구조는 큰 성곽으로 그려지고, 그 안에 죄인 심판하는 염왕의 궁전, 선인善人들이 행락行樂하는 극락, 선계仙界가 있고 그 이웃에 악인惡人들이 형벌 받는 지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