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2017. 12. 29. 01:00



 

 

논리적 원자론을 제창한

러셀

 

 

오늘날까지 유럽에서 가장 잘 알려진 철학자는 단연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러셀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원래 수학자로서 출발했으나 수학의 근본 원리가 흔들리게 된 후로 새로운 기초 정립에 진력하면서 철학적 문제들을 아주 간명하고 명쾌하게 서술한 자로서 그 명성을 날리게 된 인물이다.

 

러셀은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것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언어의 본질적 기능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자연언어는 애매모호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 세계의 구조에 대해 추리했을 경우 누구나 오류를 범하기 쉽다. 하지만 자연언어가 애매할지라도 조심스럽게 분석하면 세계에 대응하는 언어의 논리적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러셀의 입장이다.

 

논리적 분석을 통해 자연언어의 올바른 구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주장은 러셀에 의해 제기되었다. 그것은 자연언어의 구조를 인공(人工)언어로 이루어진 기호논리 체계로 환원하는 방식이다. 러셀은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1861~1947)와 함께 저술하여 1913년에 펴낸 『수학의 원리』(Principia Mathematica)에서 이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첫머리에서 그들은 세계의 본질적인 구조에 대한 파악이 수학적인 논리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러셀은 단연코 영국 경험주의 전통을 기저에 깔고서 무어의 영향을 받아 철학적 사유로 뛰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현실적인 것이란 보편적 관념이 아니라 오직 개별적인 “감각사실”(sense-data)들 뿐이다. 이들 각각은 서로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도 없다. 어떤 고정적인 물질이나 절대적인 정신 또는 자아도 존재하지 않고 오직 감각사실만이 존재한다고 여긴 러셀은 흄의 경험론적 입장을 연상시킨다. 이로부터 그는 객관적인 감각세계가 상호 독립적인 원자적 사실들과 그 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고, 이에 대응하는 언어체계의 구조를 분석하게 된다.

 

러셀의 분석철학은 논리적 원자론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논리적 원자론의 기본체계는 원자적 사실들과 그 결합이 언어로 진술될 수 있다는 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에 따르면, 언어적 진술의 최소 단위는 “원자적 명제”(atomic Proposition) 혹은 “요소명제”(elementary Proposition)들이다. 원자적 명제는 언어체계이고 원자적 사실은 객관적인 세계인데, 양자는 일대일 대응관계에 있다는 얘기다. 원자적 사실들의 결합에 대응하는 명제는 복합명제이고, 복합명제는 원자적 명제들이 ‘그리고’, ‘또한’, ‘혹은’ 등의 연결사에 의해 결합된 것들이다.

 

그러므로 언어와 실재의 세계가 서로 대응관계라는 것은, 대상의 세계와 언어세계의 구조가 같기 때문에, 언어를 통해 대상의 실재세계가 참인지 거짓인지가 밝혀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대상의 실재세계가 아무리 복합적이라 하더라도, 그에 대응하는 복합명제는 논리적인 분석을 통해 원자명제로 분해될 수 있고, 원자명제의 참과 거짓에 따라 그 진위(眞僞)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만일 “홍길동과 손오공은 요술을 부린다”(p·q) 복합명제가 있다고 하자. 명제의 진위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일단 원자명제로 분해해야 한다. “홍길동은 요술을 부린다”(p) “손오공은 요술을 부린다”(q)라는 원자명제가 그것이다. 원자명제인 “홍길동은 요술을 부린다”(p)와 “손오공은 요술을 부린다”(q)가 모두 참이라면 복합명제의 진술은 참이다. 만일 한쪽만 참일 경우, 즉 “홍길동은 요술을 부린다”(p)는 참이지만 “손오공은 요술을 부린다”(q)가 거짓이든가, 아니면 (p)는 거짓이고 (q)가 참일 경우, 혹은 양쪽 모두가 거짓일 경우에 복합명제의 진술은 거짓이 된다.

 

러셀에 의하면,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복잡한 사실들은 상호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원자적 사실들로 환원될 수 있고, 언어적 표현은 최소한의 의미체인 원자적 명제로 분석될 수 있기 때문에, 세계의 원자적 사실은 원자적 명제로 진술될 수 있다. 따라서 러셀은 철학의 과제가 이러한 원자적 명제들 간의 관계와 구조를 밝힘으로써 이로부터 세계의 본질적인 구조에 대해 드러내는 작업이라고 주장한다.


Posted by 천연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