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와 그녀의 성공 노하우
아무것도 갖추어져 있지 않은 배경에서 나온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소녀가 전 세계 피겨계를 지배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만화에서나 볼 법한 판타스틱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자면 그녀의 피겨 인생은 위대한 설계자가 쓴 한편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천하를 쥘 인물은 하늘이 낸다고 했던가.
‘어째서 하늘은 이런 인물을 피겨 선진국인 유럽이나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불모지에 태어나게 하셨을까’를 생각해본다면 재미있는 상象이 보이지 않을까?
김연아가 피겨계의 지배자가 되는 과정은 마치 도전道典 속에서 말하는 천하사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는 듯하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출발하여 불굴의 개척 의지와 일심을 통해 마침내는 뜻을 이루리라는 희망의 표상이다. 그녀의 성공비결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면 크게 다섯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그녀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기술을 향상시켰다. 세계를 상대로 한국선수가 1등이 될 수 없을 거라던 주변의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석定石기술을 연마했다. 상제님께서
둘째, 기초를 중시하는 정도正道를 걸었다. 경쟁상대선수가 화려한 기술을 내세우며 세계에 이름을 떨칠 때에도 외양보다는 내실을 키우며 때를 기다렸다. 기초를 튼튼히 하며 모든 기술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에 주력했다. 외국 코치가 그녀를 보며 “보통 선수들이 기술이 조금 향상되었다 싶으면 기초는 무시하고 화려한 기술에 목매는 것과 달리, 김연아 선수는 항상 스텝, 스핀 등 기초를 열심히 훈련했습니다. 그리고는 항상 잘못된 것이 없는지 묻곤 했죠. 저에게는 이것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트레이시 윌슨)”고 했을 정도다.
세째, 조화를 중시했다. 앞서도 말했듯이 피겨는 스포츠이면서 예술이다. 다른 선수들은 기술이 좋으면 점수 쌓는데 용이하기 때문에 예술적인 부분은 뒤로 미루기 일쑤다. 그저 음악은 배경이 되고 표현은 적당히 팔만 휘젓는 수준이 되고 마는 것이다. 김연아는 기술과 예술의 완벽한 조화를 추구하였다. 피겨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다. 그런 부분이 결국 그녀를 역대 최고의 선수로 만든 것이다.
네째, 성실함과 끈기이다. 김연아는 피겨를 시작한 7살 시절부터 성실함으로는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조그만 꼬마가 중고등학교 언니 오빠들과 훈련을 끝끝내 같이 하며 결코 뒤지지 않았다고 한다. 또 세계챔피언이 된 뒤에도 태릉훈련장에서 후배들보다도 더 늦게까지, 심지어는 훈련장의 불이 꺼질 때까지 열심히 훈련했다고 한다. 어떤 명사가 “어떤 분야이건 매일 2시간씩 10년을 꾸준히 연마하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다.”라고 했는데, 김연아는 매일 6~8시간씩 17년을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연마를 해왔으니 세계 최고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지 않을까.
다섯째, 경쟁심과 열정이다. 김연아는 자신의 자서전인 『김연아의 7분드라마』에서 “물은 99도까지는 끓지 않는다고 한다. 100도가 되어야 끓기 시작한다. 그 1도를 극복해야만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 늘 열심히 해도 마지막 1도의 한계를 버티지 못하면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아주 작은 차이 같지만 그것은 물이 끓느냐 끓지 않느냐 하는 아주 큰 차이다. 열심히 노력해놓고 마지막 순간에 포기해 모든 것을 제로로 만들어 버리기는 싫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중요한 건, 마지막 1분 그 한계의 순간이 아닐까.”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한 경쟁심과 더불어 마지막 피치를 올리며 매듭을 짓는 열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김연아를 전설로 만든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