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인간의 소외
마르크스의 철학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마르크스는 인간의 소외를 일으키는 근원과 그 특징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가? 간략하게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데서 인간의 소외가 비롯된다고 마르크스는 지적한다. 자본주의에서 돈의 가치는 소유주에게 무한한 힘을 부여하는 전능한 신과 같은 존재다. 왜냐하면 돈의 가치는 모든 가치를 지배하여 전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성실을 불성실로 불성실을 성실로 전도시킬 수 있다든가, 미덕을 죄악으로 죄악을 미덕으로 바꿀 수 있다든가, 무지를 지성으로 지성을 무지로 전환시킬 수 있다든가, 노예를 주인으로 주인을 노예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신적인 힘이 바로 돈이라는 얘기다. 이와 같이 가치의 정상에 군림하는 돈의 위력은 인간의 존재 전체를 지배하는 비인간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이로 인하여 인간은 본래의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되고, 자유를 박탈당하며, 비인간화로 전락한다. 이와 같이 돈의 가치에 대한 숭배는 소외의 토대이자 근원이 된다.
둘째로, 임금노동자는 노동의 이윤으로부터 소외가 발생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계급은 자본가와 임금노동자로 양분될 수 있는데, 자본가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올리기 위해 혈안이 된다. 특히 자본가는, 생산수단을 합리적으로 배치하려고 한다면, 임금노동자나 새로운 기계의 도입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만일 임금노동자를 선택하였을 경우 자본가는 생산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노동자에게 지불하고 잉여분을 챙긴다. 임금노동자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노동을 하지만, 잉여가치는 결국 자본가에게로 돌아가고 만다. 따라서 임금노동자는 노동을 하면 할수록 이윤으로부터 소외되고, 자신의 내면적인 가치가 더욱 빈약해지기 때문에 자신으로부터의 소외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셋째로, 임금노동 자체가 소외의 원천이 된다. 사실 노동은 인간이 자신의 본질을 표현하는 행위로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삶의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임금노동자는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노동이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하는 고역이고, 자발적으로 행하는 창조적인 노동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기계적이고 즐거움이 없는 반복적인 작업의 연속일 뿐이다. 따라서 노동은 인간에게 자유로움과 보람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러한 강요된 노동은 노동자 자신의 표현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을 하면서도 자기 자신과 무관함을 느끼게 된다. 결국 이런 노동자는 동물처럼 단지 먹고 마시고 번식하는 기능을 할 때만 오히려 편안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넷째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산출해낸 상품은 노동자 자신과 전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존재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팔려 소비되기 때문에, 임금노동자는 노동자 자신의 생산물로부터 소외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는 다른 기계와 마찬가지로 자본가의 생산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임금노동자는 자기와 같은 종족을 생산해내는 데 필요한 만큼의 임금을 받아 생존해 나갈 뿐이다.
다섯째, 임금노동자는 생산 활동과 자신의 본질로부터 소외되고, 결국엔 본질이 속하는 유적존재(類的存在)로부터 소외된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인간은 고립된 개인의 집합이 아니라 상호 간의 유대관계를 통해 사회적인 유(類)를 반영하는 유적존재이다. 그러한 인간은 노동을 통한 생산과정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본질을 실현시키게 되지만, 노동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은 창조적인 자기 활동성과 자유로운 활동성이 사라지고, 오직 삶을 위한 노동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에, 인간의 본질로부터 소외된다. 결국 그러한 인간은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존재가 되고, 다른 사람들과 서로 분리되어 사회적 관계인 유적존재로부터 소외된다.
여섯째, 유적존재로부터 소외된 인간은 동료들로부터 소외된다. 특히 노동의 분업은 노동자들의 소외를 더욱 가속화시키기 마련이다. 즉 노동의 분업으로 인하여 개인의 이익은 공동체의 이익으로부터 분리되고, 개인들의 관계는 이기적인 타산의 관계로 변질되기 때문에, 보편적인 인간행위로부터 소외되어 결국 인간은 서로서로 이방인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방인으로 전락한 인간들 간의 관계는 인격으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품으로 맺어지게 마련이다.
일곱째, 인간의 소외는 노동자만의 특권이 아니고 노동자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자본가도 마찬가지이다. 임금노동자는 노동이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소외되고, 자본가는 노동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소외된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자기 소외는 결국 인간이 자주성을 상실하는 데서 비롯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마르크스는 사유재산을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인간이 자유롭지 못하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즉 인간은 자유롭고 능동적인 창조활동이나 자기 본질의 표현으로서 노동해야 하는데, 노동으로부터 산출된 상품으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고, 인간의 본질이 유적존재로부터 소외되어 인간들로부터의 소외가 초래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마르크스는 사유재산을 폐기하여 노동자와 인류를 해방시키고자 했던 것이다.